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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과 협상하는 것은 왜 어려울까?

ES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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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캇워크 코리아 김의성 대표(es.kim@scotwork.com)

외국계기업에 근무할 때 지역본부(Region)나 글로벌 본사(Global HQ)의 간부들과 미팅을 하거나, 서양의 파트너와 협상을 할 때 당황했던 때가 많았다.서양과 동양에서의 몇가지의 문화적인 차이는 그들과의 협상을 더욱 어렵게 느끼게 한다. 상대방이 그저 까다로와서가 아니다. 까다로운 상대방은 어디에나 있고 문화적인 차이에서 기인하는 차이점 또한 적지 않다. 세 가지로 정리해 보자.

첫번 째, 유럽에서 시작한 서양의 문화는 사실과 계약에 의거한 (Fact / Contract based) 역사를 가지고 있다. 계약에 ‘금지’라고 명기되어 있지 않으면 무엇이든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사내규칙에 출장시에 호텔을 선정하는 기준이 없다고 하면 조금 과장하면 1박에 100만원이 넘는 숙소에 묵어도, 또는 5만원밖에 하지 않는 작은 비즈니스 호텔에 묵어도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동양은 맥락과 관계에 의거한 (Context / Relationship based) 문화를 가지고 있다. 같은 예를 들 때, 출장자는 내가 이번에 출장에서 버는 돈이 얼마일 까라는 맥락과 다른 사람들은 보통 얼마 짜리 호텔에 묵는 지를 먼저 알고 싶어한다. 사규에는 없더라도 내 주위의 여러사람들이 15만원에서 20만원 사이의 호텔에 묵는다고 하면 ‘아 이게 적정선이구나’라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주변사람들 또는 상사에게 물어보는 것도 이 맥락을 이해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렇게 서양은 저맥락사회 (Low context society)라면, 동양은 고맥락사회 (High Context Society)이다. 한국을 포함한 동양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전체를 보려고 하고, 보이지 않는 선이나 경계를 미리 옅은 선으로 그려 놓고 있는데 반해 서양사람들은 그런 맥락을 기반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문화적 차이는 곧 협상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두번 째, 서양인들은 동양인에 비해 자신의 입장 (Position)을 더 빨리 말하고 또한 상대적으로 쉽게 바꾸는 경향이 있다. 동양인이 좀 더 포괄적으로 (Holistically) 여러 측면을 고려하는 반면에 서양인은 해당 분야만을 좁고 깊게 파고드는 사고방식에서 오는 차이다. 입장을 빨리 말하다 보면 입장을 조정해야 할 가능성이 높으니 그럴 때가 와도 크게 개의치 않고 입장을 수정하면서도 크게 민망해 하는 구석이 없다. 새로운 정보나 상대방의 입장에 따라 수정하는 것이 떳떳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반면에 동양인들은 상대적으로 오래 고민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좋은 입장(결론)을 내려고 하는 차이가 있다.

세번 째, 말하는 방식이다. 생각하는 방식과 결국 연결되어 말하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게 되지만, 중요한 포인트를 직접 언급하는지 (Key Point Communication)라는 측면에서, 우리가 익숙한 방식은 간접적이고 서술적으로 맥락을 전달하려 하는 쪽이고, 서양은 좀 더 직접적이고 직설적인 포인트를 언급하는 것에 익숙하다. 며칠 전 스캇워크의 VANS (Virtual Advancing Negotiation Skills) 라는 협상교육 과정에서 한 참가자가 협상실습에서 상대방에게 이렇게 제안을 했다.

- 직원대표: 이번에 저희가 요구하는 4가지 항목 중에서 여러가지 물가인상율을 포함한 여러 가지 측면에서 오래 고민했는데 결국 A와 B는 좀 더 논의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겠지만, C와 D는 저희 쪽에서도 어려울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 사측대표: 무엇이 된다는 말씀이신가요???

‘논의할 수 있다’라는 말은 ‘유연하다’라는 표현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결국 한국인인 상대방도 정확히 그 의미를 알아듣지 못했다. 좀 더 정확하게 직설적으로 표현한다면 이렇게 할 수 있다.

- 직원대표: 물가인상률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고민한 결과, C와 D는 저희의 우선순위 항목이기 때문에 양보하기 어렵습니다. 단, A와 B는 유연한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서양의 문화적차이도 극복할 수 있는 협상기술

이러한 문화적인 차이로 인해 한국인과 서양인이 협상테이블에 앉아 있을 때 서로 당황하게 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먼저 우리는 서양인의 요구사항이나 질문이 ‘문제 해결’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때로는 과도하게 선을 넘었다고 느끼게 된다. 3~5%의 가격인상 폭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상대방이 가격인하 5%가 가능하냐고 질문하면 일단 당황하면서 감정적으로 차분함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 상대방은 그저 질문을 해본 것일 수도 있지만 듣는 우리는 머리 속이 복잡해지면서 주도권을 잃기 쉽다.

반면, 서양인이 동양인에 당황할 때는 답을 바로 하지 않고 침묵할 때다. 침묵을 어려워 하는 문화와, 입장을 더 빠르게 얘기하는 문화간에는 당황스러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양쪽 모두의 문화적인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나를 정서적으로 준비시킬 수 있게 도와준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결국 협상 자체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협상의 ‘구조’와 ‘기술’을 이해하고 몸으로 체득하고 있어야 한다. 협상의 구조와 기술은 문화적 차이를 뛰어 넘기 때문이다.

협상의 구조는 머리로 익혀야 한다. 협상 전 구조적인 준비를 하고 (Preparation Agenda), 협상이 시작되면 내가 지금 어느 단계에 있는 지 어느 단계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것도 구조를 알아야 가능하다. 협상의 기술은 몸에 배어야 한다. 머리로 익혀도 몸에 익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막상 협상 테이블에 앉았을 땐 그저 하던 대로 하기 바빠 진다. 교착상태에 빠질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같은 팀원이 합의되지 않는 내용을 먼저 상대방에 제안하려고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얻고자 하는 정보를 얻도록 도와주는 좋은 질문들은 무엇인지, 비용을 올리지 않으면서 내 제안을 재포장 (Repackage)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불만을 하는 사람이 먼저 제안해야 할지 받는 사람이 먼저 해야 할 지, 복수의 항목을 협상할 때는 다른 방법이 있는 것인지 등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알아야 할 기술들이 있다. 써 먹으려면 몸에 익혀야 한다.

그러한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외계인과도 협상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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